2022. 8. 25. 17:17ㆍ카테고리 없음
정신질환에 관한 오해와 편견을 풀자
(1) 신경성이란?
상담을 하다보면 고통으로 병원을 돌아다닌 분들께 많은 질문을 받는다. "검사에는 이상이 없고 신경성이라고 하는데.... 신경성이 뭔가요? 신경을 많이 쓰지마라고 그러던데요"라는 식이다. 여기에서 말하는 신경성이란 무엇일까?
먼저 신경증(Neurosis)이란 용어와 관련된다. 최근에 정신과에서는 신경증적 장애 Neurotic disorder)이라고 부른다. 신경증이란 여기 저기 신체 증상이 있는데, 신체적 검사에는 이상이 없으면서, 심리적인 혹은 정신적인 원인이 추정되는 경우, 혹은 가벼운 정도의 우울증, 불안증 등을 통틀어서 말한다. 대개 심리적인 갈등을 표현하지 못하고 억압(repression)하는 정신적 mechanism을 사용하여 생긴다고 본다. 이 경우 본인은 매우 고통스럽지만 남을 괴롭히거나 심각한 성격의 변화를 보이지는 않는다. 대개는 최소한의 평소 생활을 유지할 수 있기 때문에 주위에서는 그 고통을 이해하지 못한다. 그래서 대부분의 신경증 환자들이 신체검사에서 이상이 없다고 하면 "나는 이렇게 고통스러운데 왜 이상이 없다고 할까? 의사가 내 병을 잘 모르는 것은 아닌가? 혹시 꾀병이라고 남들이 오해하면 어떻게 하나..."식의 생각에 사로잡힌다. 그래서 자신의 증상의 원인을 찾기위해 병원을 전전하며 검사를 반복한다. 소위 병원을 쇼핑하는 행동(hospital shopping)이 뒤따르게 된다. 이 신경증을 [노이로제]라는 이름으로 부르는 사람도 있는데 이 용어는 과거에 독일식의 용어로 공부한 의사들이 일반인에게 사용하면서 대중적인 용어로 자리잡은 것이 아닌가 싶다.
또 다른 신경성이라는 말의 뜻에는 심인성(psychogenic)이라는 뜻이 함축되어있다고 생각된다. 증상이 신체적인 원인보다는 심리적인 혹은 정신적인 원인이 의심된다는 것이다. 다른과 의사들이 신경성이니 정신과에 가보라고 하면 많은 환자와 보호자들이 불쾌해 한다고 이야기듣든다. 내가 미쳤다는 말이냐? 식의 반응을 보인다는 것이다. 정신적으로 변화가 있으면 몸에도 변화가 생긴다. 화가나면 얼굴이 붉어지고 혈압이 오르고 몸이 굳는다. 불안하면 가슴이 두근거리고 숨이 답답하고 땀이나며 손발이 떨린다. 우울하면 입맛이 떨어지고 소화가 안되며 체중도 줄어든다. 요즈음 필자는 동료의사에게 이렇게 말한다. 신경성이라는 용어보다는 "정신적 원인, 혹은 심리적인 원인이 당신의 증상과 연관이 있어 보인다"라는 식으로 풀어서 말해 보라고.....
신경과민(Nervousness)이란 말도 신경성이란 단어의 어원과 연관되어 있다. 신경질적이다.... 신경이 쓰인다... 신경이 예민하다... 신경을 건드렸다... 신경이 쇠약하다.... 이런 말들은 실제로 정신적 혹은 심리적인 불안, 긴장, 우울 등을 표현하는 것인데... 이런 의미의 신경이란 단어와 신경성이라는 용어는 일맥상통한다.
신경성이란 말과 일반인들이 흔히 혼동되는 용어가 있다. 신경(Nerve)이다. 물론 이 신경(Nerve)과 앞에서 말한 신경성과는 전혀 다른 말이다. 우리 몸에는 많은 신경이 있다. 뇌에는 중추 신경이 있고 각각의 신체기관을 조절하기 위해 말초 신경이 있다. 이러한 신경 계통에 이상이 생기는 것 중 대표적인 예는 뇌졸중 (일반인들이 중풍이라고 부르기도 한다)이다. 뇌 혈관이 막히거나 뇌에 출혈이 있어서 해당하는 뇌 신경 기능에 장해가 생기는 것으로 그 결과 언어 장해가 오거나 사지의 마비가 생기는 것이다. 이러한 신경(Nerve)의 이상에 의한 질환을 치료하는 곳이 신경과이다. 신경증을 주로 치료하는 곳은 아니다. 앞에서 말한 필자의 개인 경험에서처럼 심지어 의료인조차 혼동하기도 한다. 그래서 신경성이라는 소리를 듣거나 스스로 그렇다고 생각하면 신경과나 신경외과를 찾아가는 경우를 자주 본다.
한가지 혼란이 또 여기에서 발생한다. 신경인성(neurogenic)이란 말이 있다. 예를 들어 방광(쉽게 [오줌보]나 [오줌주머니]라고 표현하는 것이 합리적이다)에 문제가 있다고 하자. 방광을 조절하는 신경(Nerve)에 이상이 있어서 방광 기능의 장애가 생기면 의학적으로는 신경인성 혹은 신경성 방광(Neurogenic bladder)이라고 부른다.
신경이란 말 자체에 너무나 많은 의미가 있다. 이 정도에서 머리가 복잡해지면서 글을 읽는 것을 그만둘 사람들도 있을 것이다. 하고 싶은데로 하는 것이 정신 건강에 좋다.
(마지막으로 소위 서양 의학을 공부한 사람으로서 신경성의 어원 중 동양 의학에 관련된 부분을 설명하는 것은 적합치 않다고 생각하여 해당 부분은 생략하였음을 밝혀둔다)
(2) 정신과, 신경과, 그리고 신경외과
많은 신경증 환자들이 용어상의 오해나 정신과에 대한 기피증 때문에 신경과나 신경외과를 찾는다. 신경과는 대개 중추신경이나 말초신경의 이상에 의한 신체질환의 진단과 치료를 담당한다. 주로 내과적인 치료 방법 즉, 약물치료가 위주가 된다. 신경외과는 말 그대로 수술을 위주로한 외과 계열의 전문 분야이다. 수술을 필요로하는 뇌종양, 뇌혈관의 이상, 혹은 척추 관련 질환 등이 다루어진다.
그렇다면 정신과에서는 무엇을 하는가? 정신과니까 정신병만 치료하는가? 정신병이란 용어도 오해의 소지가 많다. 정신의 병 즉, 정신장애 혹은 질환(mental disorder)을 일컷는데, 일반인들의 생각은 조금 다르다. 정신증(psychosis)를 정신병의 전부로 잘 못 아는 경우가 많다.
정신증이란 망상(잘못된 믿음)이나 환각(실제 없는 것을 보고 듣는 현상)이 있으면서 일상 생활을 해나가는데 어려움이 있을 정도로 현실 감각과 판단력을 잃어버리는 것을 말한다. 병에 대한 스스로의 인식도 없고 신경증에 비해 성격의 변화가 심하다. 정신분열증, 조울증, 의처증과 같은 망상성 장애, 아이들에게서 나타나는 자폐증 등이 여기에 해당된다. 사실 정신과에서 정신증만 치료하는 것은 아니다.
앞에서 말한 신경증과 정신증을 포함해서 우울증, 성격장애, 정신신체장애(신체적인 검사상의 이상이 있지만 그 원인이 정신적이거나 정신적인 원인에 의해 신체질병의 치료가 방해받는 경우를 말함)와 같은 각종 스트레스성 질환, 신체질환으로 인해 기억력과 같은 뇌 기능의 변화로 행동의 문제가 생기는 경우, 알코올이나 약물 중독, 인지장애(치매) 등 이 정신과다. 물론 암과 같은 심각하거나 신체 질병에 대한 불합리한 정신적인 반응이 있는 경우에도 정신과 치료의 대상이 된다.
예를 들어 다시 이해해 보자. 뇌졸중의 경우 급성 상태에서 약물치료가 위주가 된다면 신경과에서, 수술적인 요법이 필요하다면 신경외과에서 치료가 시행된다. 일단 급성기를 넘기고 신체적인 마비와 같은 후유증이 문제가 되면 물리치료 등이 필요하므로 재활의학과에서 주로 담당하게 된다. 뇌졸중 때문에 나중에 감정, 기억력, 행동의 장해가 주로 문제가 된다면 정신과에서 관여하게 되는 것이다. 물론 가장 이상적인 것은 모든 과들이 협동하여 진료하는 것이 가장 이상적일 테지만 우리나라에서 후진성으로 인해 그렇지 못하다.
정신과를 부르는 명칭도 가지가지다. 신경정신과, 정신신경과, 정신외과, 정신신경외과... 등. 매우 다양하다. 최근에는 많은 계몽과 홍보가 되어서 다소 엉뚱한 명칭은 줄어가고 있다. 미국 의과대학의 정신과 공식 명칭은 Department of Psychiatry & Behavioral Science(정신과 그리고 행동과학과)인 경우가 많다. 일부에서는 Behavioral Medicine(행동의학)이란 용어를 쓰기도 한다. 우리나라도 용어의 오해를 피하기 위해, 그리고 사회적으로 지나치게 굳어진 편견을 피하기 위해 새로운 이름을 쓰는 것이 좋을지도 모르겠다.
(3) 정신분열증은 정신이 분열되었는가?
정신분열증은 용어상 정신이 분열되었다는 뜻이다. 영어로는 schizophrenia(어원적으로는 splitting of mind) 라고 하는데 어원 자체의 뜻이 '마음 혹은 정신이 분리되어있다, 분열되었다' 정도로 해석가능하다. 서양의학에서 정신분열증이란 개념이 등장한 것은 19세기 후반이다. 브로일러(Eugen Bleuler 1857-1939)라는 학자가 처음 정신분열증이란 용어를 사용했는데, 그는 이 질환을 가진 환자의 생각, 감정, 행동이 분열되는 것이 핵심적인 문제라고 생각했다. 이 사람의 잘못된 용어사용이 시간이 지나면서 전세계적으로 받아들여져서 오늘날의 세계 공통어로 자리잡게 되었다.
그런데 이 용어로 인해 많은 일반인들의 오해가 생겨났다. 성격이나 인격이 분열되는 것으로 잘못 받아들여지는 경우가 생긴 것이다. 실제로 인격이 분열되는 정신과적 질환은 해리 장애(dissociative disorder)다. 그 중에 다중 인격장애(multiple personality disorder, 최근에는 dissociative identity disorder[주체성 해리장애]라고도 불린다)라는 것이 있는데, 한 개인 안에서 둘 이상의 인격이 확실히 구분되어 존재하는 것으로, 상황에 따라서 각각의 인격이 그 사람의 행동을 지배한다. 원래의 성격으로 돌아가면 병적인 인격이 지배하던 상황을 기억하지 못하는 것이 특징이다. 이 병을 주제로 한 대중 소설(시빌 혹은 사이빌이라는 제목으로 국내에도 번역되어있다)이나 할리우드 영화들이 일반 대중에서 정신과적 질환에 대한 두려움이나 편견을 심는데 일정 역할을 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이 병은 정신분열증과는 전혀 다른 것이다.
정신분열병은 뇌의 질환이다. 마음의 병이 결코 아니며 부모의 양육에 문제가 있어서, 성격에 문제가 있어서 발병하는 것이 아니다. 원인이 되는 뇌 세포의 기능장해로 인해서 다음과 같은 다양한 증상이 나타나게 된다.
: 생각에 문제가 발생한다. 논리적이고 현실적이지 못한 자기만의 생각 (이것을 자폐증, 혹은 자폐적 사고라고 한다. 소아 자폐증과는 전혀 다르다. 이 문제도 추후에 다룰 예정이다) 에 빠져들거나, 비현실적인 두려움을 가진다. 남들이 내 흉을 본다, 나를 죽이려고 한다, 미행한다, 도청장치로 남들이 내 생각을 다 빼내간다....등등... 망상에 사로잡힌다. 그래서 주위에서 보기에 횡설수설하고 동문서답을 하거나 엉뚱한 이해할 수 없는 행동이 발생한다.
환각도 생긴다. 그중에 환청이 대표적인 것이다. 누군가 속삭이거나, 지시하는 소리가 들리기도 하며, 환자의 행동 하나 하나를 간섭하고 비난하기도 한다. 그 환청과 대화하는 환자도 있다. 이 소리 때문에 괴로워하는 환자도 있고, 지시대로 행동에 옮기는 경우도 생긴다. 일반인의 입장에서는 이해하기 힘들겠지만, 환자 자신의 귀에는 생생하게 들리는 실제의 소리다.
감정에도 문제가 발생한다. 의욕이 없어 보이고 감정 표현이 줄어들거나 혹은 부적절하게 감정을 표현하기도 한다. 대인관계에 문제가 생기는 경우도 많다.
이러한 이해하기 어려운 증상들을 보고 일반인들은 환자의 정신이 분열된 것으로 오해하는 경우가 많다. 정신이 분열되었다고 생각하고는 막연하게 두려워하고 기피한다. 귀신이 씌였다고 오해하기도 한다. 하지만 정신분열증 환자는 아주 급성기를 제외하고는 사람이나 시간 장소를 알아보는데 문제가 없다. 자신의 행동에 대해서도 대부분 기억한다. 그러므로 정신분열증은 정신이 분열된 것이 아니라, 뇌의 이상에 의해 발생하는 증상 때문에 고통받는 하나의 질병일 뿐이다.
정신분열증은 뇌의 질환이므로 치료 역시 이 뇌의 문제를 교정하는 쪽으로 이루어진다. 현대 의학에서는 약물치료가 가장 핵심적이며, 효과적인 치료방법이다. 치료에 의해 많은 환자들이 증상이 개선되어 정상적인 가정생활, 사회생활로 복귀하고 있다.
(4) 마음의 병을 어떻게 약으로 치료할 수 있는가?
정신과 질환에서 왜 약물치료를 하는가를 알 필요가 있다. 사실 우울, 불안, 강박, 정신분열증 등 상당수의 정신과적 질병은 "마음의 병"이라기보다는 "뇌의 병"이다. 뇌에는 수많은 신경 세포가 있고 이 신경 세포가 인간의 생각, 감정, 행동 등을 통제하고 있다. 각 신경 세포 들은 서로 신호를 주고 받는데, 여기에 관여하는 물질이 신경전달 물질(neurotransmitter)이다. 많은 정신과 질환에서 이 신경전달 물질의 기능에 문제가 있다는 것이 과학적으로 규명되어 있다.
대부분의 정신과 약물은 이런 신경전달 물질의 신진대사에 관여한다. 예를 들어, 항우울제는 뇌에 존재하는 신경전달 물질을 자연적인 정상 수준으로 회복시켜준다. 이미 뇌안에 존재하는 신경전달 물질의 균형을 회복하게 해주는 것이지, 인공적으로 합성된 인위적인 물질을 뇌에 작용하도록 하는 것은 아니다. 구체적으로 말하자면, 대표적인 항우울제들은 주로 세로토닌(serotonin)이라는 신경전달 물질을 급격하게 분해하지 못하게 해서 세로토닌을 자연수준으로 회복시켜준다. 정신분열증의 치료제로 쓰이는 항정신병 약물들은 주로 도파민(dopamine)이라는 전달물질의 과다한 활성을 정상화시켜준다.
뇌가 다시 균형있게 정상적으로 기능하게 해준다는 점에서 정신과 약물은 뇌를 치료하는 것이라고 말해도 과언은 아니다. 정신과 약들은 다음과 같은 연구 과정을 거쳐서 그 효과가 입증된 것들이다.
일단은 환자들을 두 집단으로 나누어 똑같은 모양의 약과 위약(실제 약물 성분은 없는 소위 가짜 약)을 투여한다. 위약도 치료를 받고 있으니 나을 것이라는 심리적인 작용을 해서 증상이 좋아지는 경우가 있기 때문에, 실제 약물이 심리적인 효과이외의 "진짜" 치료 효과가 있는 것인지를 검증하기 위한 것이다. 물론 이 과정에서 환자나 증상의 개선을 평가하는 의사 둘 다 현재 이 환자가 복용하는 것이 위약인지, 진짜 약인지는 모르는 상태에서 실험은 진행된다. 약물을 복용하면서 일정 기간 관찰하고 평가하면서 두 집단 사이에 증상이 좋아지는 정도의 차이가 확실하면 그 약물은 그 질병의 치료에 효과가 있다고 판단한다. 이 과정에서 약의 부작용에 대한 평가가 이루어짐은 물론이다.
이러한 과학적인 검증의 과정을 거쳐서 실제 병원에서 환자에게 약을 처방하게 되는 것이다. 그러므로 정신과 약은 과학적으로 입증된 치료 효과를 가지며, 뇌의 병을 낫게 해주는 치료제이다. 따라서 약물에 대해서 지나친 오해나 의심은 금물이다.
(5) 정신과 진료를 받는 사람은 정신이 이상하다?
일반적으로 종합병원에서는 환자가 입원해있는 과(科)가 정해져 있다. 담당과의 영역을 넘어서거나 단독으로 문제 해결이 힘든 경우, 또는 치료과정에 어떤 문제가 있어서 다른 과 의사의 의견을 듣고 싶은 경우에 환자를 다른 과에 자문(consultation) 의뢰한다. IMF이후에 경제 뉴스에 간간이 나오는 "컨설팅 회사"에서의 컨설팅의 뜻과 같은 단어다. 외래 진료를 받거나 입원해 있는 환자가 정신과에 자문 의뢰되는 경우를 예를 들면 다음과 같다.
자살의 위험성 : 심각한 질병을 통고받았거나, 치료에도 불구하고 경과가 좋지 않은 경우, 비관하는 환자들도 많다. 이때에 자살의 가능성에 대한 평가 혹은 자살 예방을 위해서 정신과 의사에게 의뢰된다.
우울증이 심한 경우 : 병이라는 것은 어느 정도 당사자에게 우울감을 불러온다. 하지만 이런 우울한 상태 때문에 잠을 못 이루고, 식사를 하지 못하며, 자포자기하거나 비관하는 경우는 적극적인 정신과 진료가 필요하다.
불안, 초조 : 생명에 위협이 있을 수 있다는 두려움, 자신이 알지 못하는 처치나 통증, 미래에 대한 불안감.... 이런 것이 심하면 신체적 질병 자체의 회복에 지장이 초래된다. 정신과 의사의 상담 한번으로 불안이 가시는 경우도 경험한다.
환각 : 정신병의 결과로서도 그럴 수 있지만 영양 상태불량, 신진대사의 급격한 변화, 뇌의 병이나 외부에서 투여된 약물 등에 의해서도 환청, 환시가 생긴다. 신체적 문제로 생겼다 하더라도 환각은 일반 다른 과 의사들은 치료하기 힘들다.
수면 장해 : 여러 가지 이유로 질병의 치료 과정에 지장을 줄 정도로 잠을 못자는 환자도 많다. 잠들기 힘들어서, 깊은 잠을 자지 못해서... 혹은 너무 잠만 와서..... 등등. 이런 잠 문제의 병원 내 해결사는 정신과 의사이다. 결코 수면제가 아니다.
검사상에 이상이 없는 경우 : 여러 가지 신체적인 정밀 검사를 했는데도 불구하고 환자가 호소하는 증상의 원인을 찾지 못하는 경우도 많다. 이때 혹시 신체적인 것 보다는 심리적인 원인이 있는 것은 아닌지.... 원인을 찾기 위한 노력의 하나로서 담당의사가 정신과 의사에게 진료를 의뢰한다.
지남력 장애 : 신체적 질병의 치료과정에서 사람을 못 알아보거나... 여기가 어딘지를 모르는 경우와 같이 의식이 흐려져서 문제가 생기면 정신과 의사가 등장하게 된다.
치료나 처치를 거부하는 경우 : 병원은 환자를 치료하는 곳이다. 치료를 위해서는 그 필요한 처치를 환자가 받아들여야 한다. 꼭 필요한 처치를 거부하는 때에, 혹시 이런 행동이나 태도가 왜 생기는지, 어떻게 해야 할 것인지.... 그런 것에 대해 담당의사들이 정신과 의사의 도움을 바란다.
통증 환자 : 일반적인 통증 치료에도 불구하고 그 고통이 줄어들지 않으면 담당과에서 정신과나 통증 클리닉(동통 관리과라고도 불리운다)에 의뢰를 한다. 정신과에서는 진통을 위한 약물치료 및 기타 통증을 줄일 수 있는 심리 사회적인 처치를 제공해줄 수 있기 때문에, 정신과 의사의 치료에 의해 효과를 보는 경우도 대단히 많다. 물론 그 통증이 심리적인 원인이 아니어도 그렇다.
약물 중독이나 남용 : 약물 중에는 과량 사용하면 해롭거나 신체적, 심리적인 의존(쉽게 말해 습관성)이 생기는 것도 있다. 이런 약물을 써서 치료하는 과정에서 중독이나 습관성이 의심되면 정신과 의사의 진료를 받게 된다. (법률적으로도 법에서 정한 마약 성분의 약물에 중독 상태인 경우에 의사에게는 관계 기관에 "신고할 의무"가 있다.)
더 예를 들자면 한이 없겠다. 어쨌거나 환자를 생각해서, 환자에게 도움이 되기 위해서 정신과에 자문의뢰가 되는 것이다. 이런 과정에서 당사자나 보호자가 정신과 진료를 싫어하는 경우도 많다. 하지만 환자 측에서 싫어한다고 해서 할 일을 하지 않으면 안된다. 오히려 마땅히 해야 할 일을 안하는 의사가 "의료 과실"이 있다고 본다.
통증이 심하고 약물이 효과가 없고, 부작용이 염려될 정도로 용량이 과다하다면... 정신과에 진료의뢰하는 것은 "꼭 해야 할 일을 한 것"이다. 우리는 건강 진단을 위해 혈액 검사도 하고, X-ray도 찍고 소변 검사도 한다. 간 기능 검사를 받았다는 것 자체가 간에 병이 있다는 것이 아니며, 가슴 엑스레이를 찍는 것 자체가 폐병이 있다는 것은 결코 아니다. 의사가 심전도 검사를 하자고 하면 "아니 이런... 나를 심장병 환자로 모느냐?"라고 화를 내는 사람이 과연 있을까? 정신과 의사가 진료한다고 해서 그 사람이 정신질환자다, 정신이 이상하다... 혹은 미쳤다,,,라는 오해.... 이제는 풀어야 한다.
(6) 정신과 약물은 습관성이다?
쇼핑 중독이란 용어가 있다. 자신의 경제적 처지나 구입하는 물건의 실제적 필요성을 감안하지 않고 반복적으로 쇼핑에 몰두하는 현상을 말한다. 불필요한 물건을 충동적으로 구매하고, 그 구매 행동 자체에 따르는 열광적인 흥분을 맛본다. 그래서 하루 종일 홈쇼핑 TV프로그램을 보면서 앞뒤 생각없이 전화를 걸고..... 구입한 물건은 집안 한켠에 쌓여가고... 신용카드 결제에 문제가 생기는 것.... 우리 주변에서도 흔히 보는 일이다. 일종의 중독이다.
요즘에는 아이들이 스타크래프트와 같은 PC 게임에 몰두하면서 학업을 게을리 하는 경우가 많아서, 게임 중독 혹은 컴퓨터 중독과 같은 말이 널리 쓰인다. 인터넷 중독증이란 말도 새로운 유행어처럼 언론에서 앞다투어 사용하고 있는데, 필자도 모 대학의 신문사에서 인터넷 중독증과 관련된 글을 의뢰받았던 것을 계기로 중독증(addiction)이란 개념에 대해 다시 생각하는 기회를 가졌었다.
중독이란 말은 대개 "습관성"과 같은 개념으로 쓰인다. 습관적으로 어떤 행동에 몰두하는 경우를 중독이라고 하겠다. 중독 상태라고 보려면, 대개 "내성"과 "금단 증상"을 가진다.
"내성"이란 점차 그런 행동이 반복되면서 즐거움을 느끼기 위해서는 더 많은 자극이 필요하게 되는 것을 말한다. 쇼핑을 예로 들자면 점차 쇼핑의 회수가 늘어나거나 비싼 것을 사야만 즐거움을 느끼게 되는 상태다. 술에 비유하자면 원하는 정도로 취하기 위해서는 점차 음주량이 늘어나야 되는 상황에 해당된다.
"금단 증상"이란 그런 행동을 할 수 없는 상황에서 초조하고, 안절 부절해지며 다른일이 손에 잡히지 않고... 쇼핑에 대한 생각으로 가득찬 상태가 나타나는 것이다. 술을 먹지 않았거나 못먹게 되는 상황에서, 불안해지고, 머리 속에 "술 생각"만 가득하며, 잠도 못자고 악몽도 꾸고 손도 떨게된다. 알코올 중독의 금단 증상은 심하면 환각을 경험하거나 사람도 못알아 보게 된다. 담배를 끊기 어려운 것이 이런 금단 증상 때문이다.
정신과 약은 습관성이라는 일반인들의 오해가 있는 것 같다. 일부 의료인들도 마찬가지라고 본다. 그렇다. 정신과의 일부 약물은 습관성이 분명히 있다. 예를 들자면 항불안제(일반인들은 진정제, 안정제 정도로 부르기도 한다)로 사용되거나 수면제로 사용되는 약들이다. 이들의 대부분은 벤조다이아제핀(benzodiazepine) 계열이나 바비츄레이트(barbiturate) 계통의 약물인데, 장기간 복용하면 약의 일정한 효과를 보기 위해서 투약량이 점차 늘어나며(내성), 갑자기 끊게되면 오히려 더 불안하고 초조하며 잠을 들기 힘들어진다(금단증상).
항불안제나 수면제의 경우 대개의 정신과 의사는 치료의 초반에만 사용하며, 주의깊게 습관성의 여부에 유의하면서 처방한다. 이런 종류의 약의 절대량이 처방되는 곳은 정신과가 결코 아니라는 것은 일반인들이 알지 못한다. 신체 질환을 주로 다루는 의사들이 신경성이라며 투여하는 대부분의 약이 이런 약들이다. 그래서 실제로 환자 자신도 모르게 이런 약물에 습관성이 되어서 오는 정신과를 찾는 환자도 많다. 안타까운 일이다.
하지만 이 항불안제나 수면제들은 정신과에서 실제로 사용하는 약들의 극히 일부에 불과하다. 대부분의 우울증 치료제, 정신분열증 치료제, 양극성 장애(과거에는 조울증이라고 불렸지요) 치료제, 강박증 치료제, 간질 치료제, 주의력 결핍증 치료제 들은 앞에서 언급한 내성과 금단 증상이 없다. 즉, 습관성이나 중독이 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다시 말한다면, 대부분의 정신과 약물은 습관성이 없고 중독되지 않는다. 습관성이 있더라도 꼭 필요한 경우에 한해서, 가능한 소량을, 최소한의 짧은 기간동안 투약한다면, 그리 염려하지 않아도 된다. 이제 우리가 알게된 진실.... 정신과 약물은 일부만 습관성이 있다.
(7) 정신 질환은 귀신 들려서 생긴다?
모 방송국 TV프로그램에서 귀신들림(빙의 현상)에 대한 내용을 방영한 적이 있다. 정신질환이나 정신병의 일부는 병이 아니라 "귀신이 들린 것일 수도 있다"는 왜곡된 메세지를 시청자에게 전달하는 것을 보고 충격을 받았다.
출연한 환자나 부모의 말 "정신병이 아니라, 귀신이 씌어서 그래요"가 가감없이 전달되었고, 퇴마사(귀신이나 마귀 쫓는 사람. 동명의 소설과 영화도 만들어 졌다)의 귀신을 불러내거나 쫓아내는 장면 등.... 보는 입장에 따라서는 신비하고 흥미진진하게 편집되어 있었다. 물론 정신과 전문의 한 사람도 출연해서 그 환자에서 최면을 거는 장면이 상당시간 할애가 되었다. 전생치료라는 이름으로 말이다. 전생의 귀신이 씌어서 그런 것이라는 결론이었다.
중세 유럽에서는 마녀 사냥이라는 이름으로 수많은 정신질환자를 죽음으로 몰고 갔던 적이 있다. 일종의 살인행위였다. 카톨릭 교계에서 교황의 이름으로 공식적으로 지난 시절 교회의 과오였음을 인정한 부분이다.
하지만 지금도 우리나라에서는 사설 기도원이나 요양원에서 귀신이나 마귀가 들렸다며 쇠사슬로 손발이 묶인 채, 안수라는 이름하에 폭력에 시달리고 급기야 사망에 이르는 경우도 일어나고 있다. 귀신 쫓는 굿이나 부적에 돈을 탕진해 버리는 환자와 보호자도 흔히 있다.
우리는 "전생요법" 혹은 "전생치료"라는 이름도 자주 접하고 있다. 인간의 고통이나 문제가 그 사람의 전생에 어떤 일이나 한, 혹은 업보로 생긴 것이므로, 그 전생을 알아내야 문제가 해결된다.... 는 생각을 하는 사람들이 시행하는 방법이다.
병의 실체에 대해 모르는 경우 귀신이나, 악마, 사탄의 영향 때문이라고 간주했던 것은 역사 이래 계속되어온 일이다. 간질을 현대의학에서는 더 이상 귀신병이라고 하지 않지만.... 고대로부터, 중세... 금세기의 초중반까지만 해도 하늘이 내린 것이라고 생각했던 것을 우리는 기억하고 있다. 요즈음에도 두통은 머리에 귀신이 들어서, 충수 돌기염(소위 맹장염)은 맹장귀신 때문에....식으로 해석하는 종교인.... 부부 사이의 불화가 있는데 그것을 돌아가신 시어머니 귀신이 씌어서 그러니까 굿을 해야 해결된다는 무속인....도 있다. 참으로 무지하고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다.
현재의 정신의학적 입장을 요약해 보자.
80년대 90년대를 거치면서 인간의 신체적, 정신적 현상에 대해 과거에 잘 몰랐던 것들이 과학적으로 밝혀지고 있다. 감정, 기억, 생각 등이 어떤 생물학적 과정을 거치는지가 입증되고 있으며, 환각, 망상 등의 정신병적 현상에도 뇌의 어떤 변화가 있더라는 연구 결과가 속속 발표되고 있다. 과학적인 치료에 의한 효과도 비교적 좋으며, 치료법이 더 발전되고 있다.
"혹세무민"이란 말이 있다. 세상 사람들을 혹해서 바람직하지 못한 방향으로 이끄는 것.... 정도로 해석된다. "귀신들림", "전생요법" 등의 내용을 흥미 위주로 다루어서 "치료받아야 될" 그리고 "치료를 받아서 좋아질 수 있는" 많은 환자와 보호자들을 현혹하고.... 일반인을 현실이 아닌 비현실의 세계로 이끄는 것이 "혹세무민'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다.
"허준"이라는 드라마를 통해 일반인에게 널리 알려진 동의보감에 이런 말이 있다.
사수(정신이상을 일컫는 한문 용어)의 증상: 보고 듣고 말하고 행동하는 것이 모두 허망한 것을 사수라고 한다. 심해지면 평생 보지도 듣지도 못한 일 또는 온갖 귀신 잡귀들에 관한 것을 지껄이게 되는데 이것은 기혈이 극도로 허약하여 신경이 쇠약해졌거나 담이 막혀 가슴이 답답하였을 때 생기는 것이지 요사스러운 귀신이 붙어서 생긴다는 것은 틀린 말이다. ...중략...
눈에 오색잡귀들이 보이는 것은 모두 자기의 정신이 나가고 신경이 완전하지 못하기 때문이지 외부로부터 귀신이 덤벼 들었기 때문은 아니며 원기가 극도로 허약한 증상이다(홍문화 저 "허준 동의보감"에서 인용)
우리의 선조들은 몇백년 전 이미 정신질환은 귀신들린 것이 아님을 간파하고 있었다. 해석하기에 따라서는 현대의 과학적인 정신질환에 대한 개념, 즉 생물학적 원인, 심리적 원인, 사회적 원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함을 미리 말하고 있다고 볼 수도 있다.
만약, 허준이 타임머신을 타고 현대로 와서, 정신병을 귀신 들렸다면서 안수하고 귀신쫓기를 하고 전생 어쩌고 하는 우리의 모습을 본다면..... 혀를 차지는 않을지.... 씁쓸한 상상을 해보았습니다. 더 이상 정신질환은 귀신이 들린 것이라는 오해는 말아야 겠다.
*정신건강을 지켜줄 10가지 수칙 : 대한신경정신의학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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긍정적으로 세상을 본다 → 동전에 양면이 있다는 사실을 인정한다.
감사하는 마음으로 산다 → 생활에 활력이 된다.
반갑게 마음이 담긴 인사를 한다 → 내 마음이 따뜻해지고 성공의 바탕이 된다.
하루 세 끼 맛있게 천천히 먹는다 → 건강의 기본이요 즐거움의 샘이다.
상대의 입장에서 생각해본다 → 핏대를 올릴 일이 없어진다.
누구라도 칭찬한다 → 칭찬하는 만큼 내게 자신이 생기고 결국 그 칭찬은 내게 돌아온다.
약속 시간엔 여유있게 가서 기다린다 → 오금이 달지 않아 좋고 신용이 쌓인다.
일부러라도 웃는 표정을 짓는다 → 웃는 표정만으로도 기분이 맑아진다.
원칙대로 정직하게 산다 → 거짓말을 하면 죄책감 때문에 불안해지기 쉽다.
때로는 손해 볼 줄도 알아야 한다 → 당장 내 속이 편하고 언젠가는 큰 것으로 돌아온다.